경주고도보존회 창립학술회의 축시  
이름 : 사무국 날짜 : 2006-08-10 14:32:07 조회 :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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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 시

- 김해석(화백문학회 명예회장 / 경주고도보존회 고문)


오늘 우리가 다시 자세를 고쳐잡고
신라 고도 경주를 거듭거듭 이야기하는 것은
결코 우연의 일도 아니오 하물며
부질없는 소모적 과거사 들추기도 아니다.

묵은 체증처럼 우리의 가슴을 짓눌려 오고 있는
천년왕조 조상에 대한 막심한 불효를 반성하며
몰지각한 개방으로 훼손되는 문화적 유산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절박한 소명감의
너무나 당연하고 당당한 필연의 폭발일 것이다.

일찌기 청마 선생은
‘서울은 감투의 서울이요
부산은 달라의 서울이요
경주야말로 문화의 서울이다‘하고
경주 부임의 제일성을 목청 높였고
당신 스스로 경주를 제2의 고향으로 영주하겠다고
작심하신 적이 있었다.
그 문화의 서울에 지금 감투의 바람이 불어
신라의 풍경을 가려 버렸고
달라의 불도져가 밀려닥쳐
신라의 영혼을 뒤집고 있다.

경주가 어떠한 곳인가.
‘이것 하나만 있어도
베를린에
박물관 하나 짓겠다‘하고 한숨지으며
어느 독일인 석학 한분이 하루 종일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는
에밀레 신종도
들어났든 들어나지 않든
저 많은 문화유산을 놓고 보면
실로 빙산의 일각이 아닌가.

중학교 재학시절
운동장 제초작업을 하다가
풀뿌리에 걸려나온 기와 쪼각들을
교무실에 모아놓고
희희낙락하던 일본인 교사들의 모습이
어째서 하필이면 이 시점에
내 눈 앞에 생생하게
녹화 재생되는 것일까.

신라가 얼마나 좋았으면
경주를 빼닮은 고을을 엄선하여
그 지명도 우리말의 ‘나라’로 명명하여
오늘 우리가 우리의 경주를 사랑하기보다
몇 갑절 더
소중한 문화도시 나라(奈良)로
저렇듯 알뜰하게 보존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더 이상 못난 후손일 수 없다.
우리의 희망인 후손을 위해서
빈틈없는 청사진을 짜야한다.
부활의 역사를 써야 한다.
못난 조상으로 죽을 수야 없지 않은가.

구상 선생은 돌아가시기 전에
남북통일의 기초사상을
‘화쟁’에 두어야 한다고 틈만 나면 강조하셨다.
화쟁이 무엇인가.
골목골목을 누비며
신라인의 가슴에 심은 바로
원효의 중도가 아닌가. 조화가 아닌가.
오늘 우리가 새삼스럽게 가슴 가다듬어
이 땅의 석학들을 모시고
거듭거듭 경주를 이야기 하는 것은
결코 오늘만의 일회용이 아니요
하물며 어느 누구의 과욕도 과시도 아니다.

자랑스럽고 빛나는 조상의 유산을
알뜰하게 보존하여
우리의 희망인 후손들에게 넘겨 주어야하는
의무와 책임이 있음을 서로서로 자각하는
마당이 아니겠는가. 당당하고 굳센 지속적
전진을 위한 결의와 결속의 한마당이
아니겠는가.

그리하여
우리들 또한 먼 훗날
자랑스러운 조상으로 기억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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